Entertainment/Film

<밀양> 칸에 잘 다녀왔습니다!

코리아투데이엔 2007. 6. 4. 05:45

 

 

 

<밀양> 자랑스럽습니다!
관객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밀양> 칸영화제 수상기념 특별기자회견 개최

 

전 세계적인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전도연, 송강호, 이창동… 그리고 <밀양>.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전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국내 관객들과 관계자들에게는 영광과 자부심을 준 자랑스러운 <밀양>의 이창동 감독, 전도연, 송강호! 오랜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이 5월 30일, 압구정 CGV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가졌다.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전도연
“내게도, 칸에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랜 여정에 피로가 덜 풀린듯 했지만, 힘차게 등장하는 그들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보였고, 많은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들을 맞이했다. 또한, 먼저 시작된 포토타임에서 그 어느때보다 화려한 플래쉬가 터지며 그들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마지막에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가 등장해 더욱 큰 호응을 얻었다. 연이어 진행한 기자회견 역시, 세 사람의 호흡이 가장 눈부셨던 시간이었다. 이미 개봉을 했고, 칸 수상 이후 더욱 탄력을 받은 관객호응에 좀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 그들은 정성스러운 답변과 여유로운 농담으로 회견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상을 타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오늘의 주인공이자 칸의 여왕으로 등극한 전도연은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될 것 같다는 말로 시작하며, 그날의 감동을 전했다.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지금도 꿈만 같고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며 쑥스러우면서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송강호는 “고정관념의 에너지를 뛰어넘는, 굉장히 무서운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겁이 날 정도다” 라는 극찬을 던졌고, “그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촬영장에서 항상 코너에 몰렸다” 라는 영화 속 종찬의 대사를 인용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밀양> 대한민국 모두의 영광!
영화시장의 위기감이 계속 되던 시기에 터진 이번 칸 수상이 한국영화시장에 불어넣을 활력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송강호는 “여우주연상이 전도연씨에게는 개인적인 영광이겠지만, 좀더 나아가서는 <밀양> 제작진의 영광이고, 기쁨이고, 좀더 나아가서는 한국 영화 전체의 영광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늘 한국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한국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던 영화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라는 말로 이번 수상이 가지는 의미를 함축해서 표현했다. 뒤이어 한국영화계의 위기론에 대한 언급에서는 “현재의 이 과도기는 우리가 꼭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국내 영화시장이 더 내실있게 재정비 되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장성에 대한 거품이 빠지게 되면 오히려 희망적이다.

 

<밀양> 같은 영화가 그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고 말하며,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 도전적이고 모험적이고 조금 더 실험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한다. 대규모 배급구조 방식에서 관객과 만나기는 더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관객의 사랑을 받아낼 것이고 주류 상업영화에도 에너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젊은 영화인들이 더 분발해야 하고, 관객은 그 도전의식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그 어느때보다, 쏟아지는 질문에 뜨거웠던 기자회견장은 <밀양>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종찬’의 트레이드 마크인 ‘포커스아웃 연기’ 이야기로 다같이 웃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전도연은 말했다. “송강호씨(종찬)가 있었기에, 신애가 가능했다” 고. 늘 신애의 뒤, 두어걸음 뒤에 있던 종찬이를 연기한 송강호는 대한민국이 주는 트로피를 받아 마땅한 연기자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은 두 남녀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로 세계 영화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밀양>의이창동, 전도연, 송강호. 올해 그들이 거둔 성과는 올해 한국영화계의 큰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랑스러운 사건이다. 제6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한국영화계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인 <밀양>사람들. 그 엄청난 힘은 “쓰나미급”의 외화 블록버스터들도 휘청거릴 정도로 세다. 그 강하고 비밀스러운 빛은 계속 빛날 것이다. 현재, 전국 273개(서울 61개) 극장에서 상영중인 <밀양>은 같은 날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3> 의 예매율을 바싹 뒤쫓으며, 쾌속 진행중이다.

 

 

 

 

 

 

 

<밀양> 칸국제영화제 수상 기념 기자회견 전문

 

Q : 우선 전도연씨,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시상식장에서 '전도연'이라는 이름이 호명 됐을 때의 느낌과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전도연 : 일단 소감은 기쁘고 영광스럽다는 말로 다 표현이 될까 싶습니다.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그보다 더 큰 말이 있다면 좋겠는데,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이 안될 만큼 기쁘고 영광스러운 것 같습니다. (웃음) 사실 다들 놀라시더라고요. 세계 영화제에 나간 것이 처음인데 여우주연상까지 받아서 정말이지 현지 분들도 다들 놀라시는 것 같았어요. 저 역시도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 생각하구요. 제 이름이 호명되고 나서 정말이지 그날 내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어떤 사람이 보고 싶다거나, 생각난다거나 하지 않고 그냥 멍하더라구요. 다음날도 사실은 멍해서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나. 그랬던 것 같아요 (웃음)

 

Q : 감독님, 이청준의 소설을 읽고 5월 광주가 즉각 떠올랐다고 했는데 영화에서 그 얘기를 전혀 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요? 혹시 차기작에 대한 구상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창동 감독 : 소설에도 광주 이야기는 없거든요.(웃음) 그때 상황에서 나온 소설이 던지는 메타포였다고 느꼈던 것이죠. 용서와 화해를 말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원용하자면 그런 것이었다는 것이죠. 정치•사회적 맥락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차기작은… 이건 아는 감독님이 농담처럼 하신 말씀인데요. 만약 <밀양>이 <캐리비안의 해적 3>을 따라잡으면 국제적 사건이 될 테니까 그때 할리우드로 진출해 <캐리비안의 해적4>를 찍으라고요.(전체 웃음) 송강호씨도 언어적 소통 문제가 있을테니, 벙어리 해적으로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농담이지만 한국 영화의 현재를 반영하는 뼈있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차기작과 관련해서는 머릿속에는 몇 가지가 굴러다니는데 제가 워낙 게을러서 그냥 머릿속에서 자라도록 놔두려고 합니다. 자라서 말을 걸어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Q : 우선, 세 분께 축하 말씀 드립니다. (웃음) 이번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통해 한류 스타를 뛰어넘어 월드 스타로 발돋움한 전도연씨. 칸으로 떠나기 직전에 시나리오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얘기했는데. 지금은 시나리오가 물 밀듯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웃음) 칸국제 영화제를 통해 해외에 있는 감독이나 제작자가 관심 있게 전도연씨를 지켜봤을 텐데요. 전도연씨의 차기작이 해외 합작 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요? 물론 언어적 문제가 있겠지만 합작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떨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전도연: 월드 스타요? (웃음) 글쎄. 제가 공항에 처음에 들었던 말이 ‘월드 스타 전도연’ 그랬던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는 생각 안하구요. 월드 스타가 되겠다는 계획도 없구요. 앞으로가 중요한 거죠. <밀양>으로 칸에서 받은 상만 가지고 월드 스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평소 해외 합작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요. 아직까진 언어적 문제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만약에 하게 된다면 시나리오가 가장 우선이 돼서 작품을 결정하겠죠!

 

Q : 송강호씨께 질문 드립니다. 세 분이 칸에 있는 사진을 보면 누구보다 송강호씨가 가장 싱글벙글 즐거워하시는데요. 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표정을 보며 영화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알 수 있었구요. (웃음) 그런데 종찬이라는 남자가 표현해내는 정서, 구체적으로 경상도 남자의 사투리 정서를 현지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했다면 송강호씨의 연기가 좀 더 높이 평가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송강호: 여우주연상이 전도연씨에게는 개인적인 영광이겠지만, 좀더 나아가서는 <밀양> 제작진의 영광이고, 기쁨이고, 좀더 나아가서는 한국 영화 전체의 영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늘 한국 영화를 사랑해주시고, 한국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던 영화 팬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생각하고요. 그래서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작품상도 받고, 여우주연상도 받았으면 더 좋았겠지만.(웃음) 영화제 원칙상 한 작품에 두 개의 상을 줄 수 없으니까요. 결국엔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어쨌든 <밀양> 전체의 영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종찬 캐릭터가 주는 언어적 묘미랄까. 밀양 사람이 주는 존재감, 영화에서의 무게감 등을 이곳 분들과 한국 영화 팬들이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나겠죠. 그러나 그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밀양> 자체에 충분히 녹아 들어갔다고, 표현되었다고 판단했고, 언어는 다르지만 충분히 공감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충분히 제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Q: (홍콩기자 ) 홍콩에서는 전도연씨가 심사위원이었던 장만위와 연기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을 하고있다. 한국에서 이미 여우주연상감이라고 예상했는데, 본인은 어땠는지. 그리고 홍콩이나 중국에서 합작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떤 작품을 하고싶으신지.
전도연: 심사위원 중에 장만옥씨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기뻤어요. 사실은 제가 장만옥씨를 너무 좋아하는데… ‘아~ 장만옥씨가 제 영화를 보는구나’ 라는 생각만해도 좋았고요. 수상가능성은 모르겠어요.(웃음) 연기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주실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감독님이랑 가기 전에 부담덜고 마음 비우고 가서 충분히 즐기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갔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다녀왔구요. 그리고 출연제의가 온다면 꼭 어떤 영화를 찍고 싶어 이런 생각은 없구요. 어쨌든 시나리오부터 꼼꼼하게 보고 좋은 제의라면 할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어제 귀국 후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전도연: 어제 도착하자마자,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했는데요, 어제는 남편하고 둘이서만 보냈어요. 가족하고 조용히 지내고 싶더라구요.

 

Q: 감독님께 여쭙겠습니다. <밀양>을 완성했을 때 관객 수를 어떻게 예상했나. 흥행 뿐 아니라 영화를 보고 얼마나 많은 관객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이창동 감독: 관객 수를 예상하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비를 써서 영화를 만들었으니 투자한 분들, 함께 영화 만든 분들에게 부담드리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적자를 면하면 다행이겠다, 감사하겠다, 싶었구요. 제가 만나고 있는 한국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 영화를 만드는 것이니, 관객 분과 영화를 통해 뭔가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면 넓고 깊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Q: 한국의 톱배우인데, 현재 한국 영화계의 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송강호: 감독님한테 할 질문인데 나한테 온 것 같네요. (웃음) 글쎄… 현지에서도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한국 영화계가 과도기적 시기를 맞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제 개인적 소견인데, 지금 현재는 한국 영화계가 산업적으로 위축되고 많은 부분이 염려스러운 부분이 부상하고 있지만, 이런 것이 바람직하다기 보다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거품이 있었다면 외적이든, 내적이든 그것이 이런 과정 속에서 스스로 정리가 돼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좀더 내실 있고 건강한 산업구조가 되기 위해 단순한 과도기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닌가… 그래서 저는 비관적이기보다는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Q: 공항에서 어머님이랑 만나서 좋아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귀국 후 남편과 어떤 이야기 나눴는지? 여행계획이 있다고도 들었는데?
전도연: 어제 공항에서 두 번 놀랐어요. 우선 너무 많은 취재 기자분들이 나와 계셔서 놀랐고, 그런 자리에 나오시는 분이 아닌데 저희 어머니가 공항에 나오셔서 놀랐어요. 제가 출가외인이기 때문에 제가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딸의 얼굴이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보러 나오신게 아닌가 해요. (웃음)
여행계획은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여행하고 쉬다 오고 싶은데 저희 영화가 개봉할 때 한국에 없어 무대 인사도 해야 할 것 같고, 스케줄이 있어서 아직 계획을 못 잡고 있어요. 음. 그리고 남편은 그냥 기특하고 장하다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하더라구요. 앞으로 더 잘 모시고 살아야겠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어요. (웃음). 아! 제 트로피 보고 정말 좋아해줬어요.

 

Q: 문소리에 이어 전도연까지 감독님은 여배우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도연 씨가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는 말도 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여배우를 만들어내셨습니까?
이창동 감독: 배우와 작업할 때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아니구요 (웃음) 송강호와 전도연, 두 배우가 잘 아시겠지만 제가 특별히 뭘 하는 게 없어요.(웃음) 그래서 배우들이 힘들어 합니다. 제가 만들어 가기보다는 그분들이 과거에 갖고 있던 내재적 힘들이 인물로서 밖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최대한 옆에서 동기부여 하는 정도, 기다리는 정도를 했을 뿐입니다. 너무 기다려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거에요.

 

Q : 전도연씨는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점에서 해보고 싶었었나요? 칸에서 관객으로서 다시 봤을 때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었나요?
전도연 : 처음에는 사실 자신 없어서 거절했다가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던 이유는, 그 당시 감독님이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말씀 속에 신애가 느끼는 감정들이나 상황들이 담겨 있었어요. 시나리오만으로는 이해가 안되고 느껴지지가 않았는데 감독님 말씀을 듣고 나서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봤을 때 제가 느낄 수 없었던 신애의 마음이나 상황들이 느껴졌어요.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고통의 끝이 어디인지 경험 해보고 싶고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어요.
그리고 칸에서는 제 연기를 봤다고 생각하지 않고 신애의 감정 자체를 느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장면이라던가 연기나 이런 것 보다는 저희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그대로 느껴주시더라구요. 종찬이의 사투리나 이런 디테일한 부분 까지는 모르지만, 그런 부분들이 더 감동스러웠고 더 좋았던 것 같아요

 

Q : 전도연씨는 어떤 배우입니까?
이창동 감독 :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여러분들도 너무 잘 아는 배우이기 때문에 제가 따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같이 작업했던 사람으로서 보면, 어떤 정해진 그릇에 담기가 어려운 배우이고 그 점 때문에, 또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어요. 흔히 배우를 보고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것을 믿지 않아요. 자기 얼굴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 뿐이죠. 그런데 전도연씨는 진폭이 큰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뭐라 규정하기 어려워요. 제가 도연씨를 괴롭혔다면, 관객도 예상하지 못하고 나도 예상하지 못한, 나아가 전도연씨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요구한 거죠. 그게 순간순간 화면에 담겨 있어요. 그래서 예상하거나 규정지을 수 없는 배우죠.

송강호 : 감독님께서 많은 말씀 하셨는데, 감독님 말씀에 많은 동의를 하구요. 같은 배우로서 여러 느낌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이라고 하면 어느 배우나 다 가지고 있지만 전도연씨가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한 후배이자 동료배우지만 작업은 처음 해봅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지금 보여줬던 이미지 이런 쪽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실제 작업을 해보니 10여년 동안 알고 지냈던 고정관념의 에너지를 훨씬 뛰어넘는 굉장히 무서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더라고요. 겁이 날 정도로(웃음) 그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촬영장에서 항상 코너에 몰렸어요.(웃음)

 

Q : 송강호씨에게는 이창동 감독님 연기 지도 스타일이 어떤지, 이창동 감독님께는 한국영화 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창동 감독 : 지금 위기에 대한 진단 문제는 많은 분들이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산업적인 돌파구를 찾고 환경적 제도적 돌파구를 별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별로 없는데, 하나 첨가한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 도전적이고 모험적이고 조금 더 실험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규모 배급구조 방식에서 그런 영화로 관객과 만나기는 더 어렵겠지만 그럴수록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관객의 사랑을 받아낼 것이고 주류 상업영화에도 에너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젊은 영화인들이 더 분발해야 하고, 관객은 그 도전의식을 도와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송강호 : 저는 10년 전에 <초록물고기>라는 영화와 이번에 <밀양>을 함께 했었는데요. 이창동 감독님의 연기 스타일을 처음 접해보는 배우라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 이유가 연기를 세밀하게 규정을 하시고 그 방향이나 틀 속에서 이끄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굉장히 인물이나 상황의 느낌을 배우 스스로 느끼도록 연기지도를 하시는 편이죠.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연기의 규정을 하는 순간 아주 전형적인 연기를 탈피하지 못한다고 하시거든요. 처음에 연기에 대해 말씀하실 때 포괄적이고 원론적인 말씀을 하시기 때문에 배우들이 힘들다고 하지만 저는 너무나 편하고 자유롭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느끼고 제가 생각하는대로 해도 되니까. 그러나 그것이 작품 전체에 흐름 속에서 안 맞을 경우에는 걸러주시니까, 원론적으로 굉장히 열려있는 방식이죠. 배우 스스로가 느끼고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기지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출국 전 해외영화제를 즐기고 오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제 때 해외영화인들 많이 만날 기회가 있었을 것 같다. 많이 즐겼나. 해외 영화인 중 인상적인 사람은 누구였나. 또 시상식 때 알랭 들롱이 뭐라고 하던가?
전도연 : 알랭 들롱이 특별히 은밀한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제가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웃음). 수상 후 심사위원에게 인사를 드렸는데 장만옥에게 너무 좋아하는 팬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분이 출연한 영화를 많이 봤다고, 서울에 오면 꼭 한번 뵙고 싶다고. 그녀도 꼭 그러자고 했다. 장만옥과 가까이서 이야기했던 게 가슴에 많이 남아 있다. 영화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웃음).
즐기고 싶었는데 못 즐겼던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면 저희 영화 잘 봤다고 이야기하면서 수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마음의 부담이 더 돼, 더 도망갔다. 인터뷰 스케줄이 많아 사실 여가시간이 많지도 않았다.

 

Q.지난 해에 <괴물>이 감독 주간에 초청 받은 데 이어 <밀양>으로 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칸에 가서 한국영화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송강호: 왜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저한테만…(웃음). 사실은 <괴물> 땐 봉준호 감독님만 갔고 칸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더라. <괴물>이 작년에 감독주간으로 초청됐지만 호응이 대단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올해도 김기덕 감독의 <숨>이랑 <밀양>이 함께 올랐는데, 많은 해외영화인들의 분위기가 한국에 대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 칸에도 한국영화를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는 걸 느꼈다.

 

Q.교회 부흥회 장면에서 신애가 서서히 감정이 격해져 울부짖는 장면에서 포커스 아웃 된 상태에서 연기했다. 신애를 위해 일부러 그랬던 거라는데.
송강호: 전도연씨의 가장 어렵고 힘든 감정을 연기할 때 저는 두 번을 포커스 아웃된 상태에서 연기를해야 했습니다.(웃음) 교회장면과 교도소 장면이었는데 굉장히 긴 시간 앉아있었어요. 근데, 내가 조금이라도 연기를 해야겠다고 맘 먹으면, 신애의 예민한 감정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신애가 교회에서 통곡하는 장면에서 종찬이가 미리 그 상황을 아는 듯이 대처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처럼...’그래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울어라’ 이런 것도 잘못됐다 생각했고 당혹한 감정을 보여주려는, 굉장히 고난이도의 연기였죠.(웃음). 모 감독님께서 최근 문자를 보냈는데 영화 너무 잘 봤고. 포커스 아웃된 상태의 명 연기 잘 봤다고 하더군요(웃음).

 

Q. 앞에서 이창동 감독, 송강호씨가 배우 전도연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전도연씨가 배우 송강호씨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세요.
전도연: 신애는 현장에서 늘 어려웠고 힘들어해 저도, 스탭들도 힘들었는데 송강호 선배님만 오시면 현장이 즐거워졌어요. 저 뿐만 아니라 감독님, 스탭들 모두 송강호 선배님만 계시면 웃었어요. 많이 힘들 때 긴장을 풀어주고, 연기만 하기도 힘들텐데 여러가지를 다독여주셨어요. 종찬이 없으면 이 영화가 없어요. 종찬이 있어야 신애가 보이고 신애가 있어야 종찬이 보이고…그리고 송강호 선배님이 했기 때문에 관객이 그렇게 웃을 수 있었어요. 그게 송강호 선배님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집요하고, 집중력이 뛰어나고, 감히 좋은 배우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아까 앞에서, 송강호씨가 포커스아웃 된 연기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교도소 씬때 한창 박도섭과 신애의 연기를 유심히 모니터 하고 있는데 옆에서 송강호씨가 아주 심각하게 모니터를 하고 있드라구요. 알고 보니, 본인의 포커스 아웃된 상태에서 연기를 아주 끈질

기게 모니터하고 있더라구요.(웃음)

 

Q. 칸영화제 수상 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영화 보실 관객에게 인사해달라.
이창동 감독님: 그렇게 소통하기 쉬운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관객과 마음으로, 뜻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칸영화제 가서도 전도연씨가 상을 받은 것이 개인이 받는 거지만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상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황금종려상을 받는 게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같이 영화하는 사람에 대한 보답이 있으면 좋겠고 전도연씨는 그 보답을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칸 수상 후 <밀양>을 좀 더 사랑해주고, 격려해 주는 분위기에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A급 태풍, 쓰나미급으로 몰려오는 외화에 한국 영화가 좌초되지 않고 다시 힘을 낼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