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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리>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 고백

코리아투데이엔 2007. 11. 6. 07:31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은 5일 오후 2시 서울 제기동 성당 시청각실에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알리는 2차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삼성을 위해서 검찰, 국정원, 청와대, 모든 언론기관이 움직이며, 재벌이 사법체계를 국가 기관을 우리 사회를 더 이상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전문>

저는 죄인으로서 속죄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글이 유서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고 되찾고 싶은 양심에 부끄럼없이 고백할 것을 맹세합니다. 다만 저로 인해 상처받을 사람들에 대하여는 한없이 죄송할 뿐입니다.

저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부모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선천적 심장병으로 공놀이를 하거나 달리기를 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심전도 검사를 받은 적도 없어서 3년 1개월 군복무도 맞쳤습니다.

 

검사 시절 음주 운전에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제 친동생, 만취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처남을 구속해서 저는 친가는 물론 처가 형제들까지 의절하고 지냈습니다. 저는 그것이 검사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천·부산·서울지검 특수부를 거치면서 수사를 잘하는 검사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검사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재산을 찾다 쌍용 김석원 회장이 집에 보관하고 있는 비자금을 찾아냈더니 청와대는 수사 중단을 지시 했습니다. 제가 의지를 꺾지 않고 결국은 검찰을 떠났습니다. 저는 변호사 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사건 수임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으로 갔습니다. 망하지 않고 월급은 제때 꼬박꼬박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아들 대학 등록금은 빚 안 얻고 보냈으면 하는 가난한 검사의 바람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에 들어간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사치를 했습니다. 대신 삼성은 제게 범죄를 지시했습니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회유하는 불법 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 책무입니다. 저는 검찰을 비롯해 법조계 인물을 관리해야 했습니다.

 

구조본 안에서 검찰 간부 수십명을 관리하고 나머지는 60여개 계열사가 나누어 관리합니다. 설·추석·여름휴가 등 1년에 3회 5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정기적 뇌물을 돌립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억원을 전달하라고 지시하기도 합니다. 범죄 공범이라는 죄의식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현직 최고위급 검사 가운데 삼성의 불법 뇌물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밝혀야 할 공적인 기회가 오길 희망합니다. 숨김없이 고백하겠습니다.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었습니다. 이해관계가 맞물린 재경부·국세청 등은 규모가 훨씬 더 큽니다.

 

돈의 출처는 각 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입니다. 심지어는 대형 부실을 안고 있는 만성적자 회사에서도 수십억원씩의 비자금을 만들었습니다. 조성된 비자금은 임직원 명의의 차명으로 운용됩니다. 삼성 출신인사들이 재산이 많은 것은 대부분 이런 이유입니다. 월급쟁이가 수백, 수천억원의 재산을 가질수 없습니다.

 

삼성의 사장단, 고위임원, 구조본의 임원, 재무·인사 등 핵심 보직의 임원 및 간부 사원 상당수가 차명계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차명 비자금 계좌를 가진 임원들 명단도 일부 갖고 있습니다. 명백히 금융실명제 위반, 사문서 위조, 조세포탈 등 범죄입니다. 하지만 삼성에서는 차명계좌의 존재가 승진의 징표고 조직이 자신을 믿는다는 일종의 훈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자금 계좌가 만들어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도 있습니다. 공적 기관에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를 갖길 희망합니다.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에 관해 모든 증거와 진술을 조작했습니다. 돈과 힘으로 신성한 법조를 오염시켰습니다. 저도 그 일에 관여했습니다. 명백한 범죄입니다. 법무팀장을 맡은 제가 중심이 돼 저질렀습니다. 공범으로서 제가 처벌을 받아야 할 순간이 됐습니다.

 

삼성은 모든 간부가 삼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을 위해서 살아야 했습니다. 저는 괴로웠습니다. 삼성을 위해 검찰이 움직이고, 국정원이 움직이고, 청와대가 움직이고, 모든 언론기관이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보고를 했습니다. 심지어 삼성에 가장 비판적인 시민단체마저 회의가 끝나자마자 회의록이 삼성에게 보내졌습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과 등지고서는 이 사회 황량한 뒷골목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을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제가 일간지에 칼럼을 쓰면서도 삼성 이야기는 피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삼성 기사가 나올 때마다 저를 의심하고 압박하고 미행했습니다. 사실 저에 대한 감시는 퇴사 전부터 이뤄졌습니다. 그러더니 삼성측 인사가 나서서 제가 일구고 있는 법무법인에서 내쫓고 사회에서 고립시켰습니다. 심지어 삼성은 인생 말년을 아내와 손잡고 산책하면서 보내겠다는 소박한 꿈도 앗아갔습니다.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에 호소합니다.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외면했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습니다. 낭떠러지 앞에 선 절망속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신부님들께서 저의 뜻을 받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결국 여기서 이런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했고, 괴로워했습니다. 조직 동료를 배신한 사람이라고 욕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재벌이 사법체계를 국가 기관을 우리 사회를 더 이상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죄를 고개숙여 반성합니다. 

 

[일문일답]

 

- 애버랜드 전환 사채에서 대해 불법적 증여가 있었나?
애버랜드 사건은 96년도 말에 일어났다. 97년 8월 입사하고 실무에 종사하기 시작한 것은 97년 말이다.
재무팀 거쳐 법무팀에 있을때 수사에 대응 하는 진술 등 법부팀 변호사를 지휘하면서 업무를 분담했다.
자세한 내용은 상고심에 있는 사건이므로 추후 상세하게 밝히겠지만 많은 진술과 증거들이 조작되었다.

 

- 이재용 전무가 비자금으로 재산을 축재했느냐?
이재용 전무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내부 문건을 통해 적절한 기회에 발표하겠다.

 

- 삼성에서 반박해서 언론 보도냈는데 봤느냐?
못봤다.
 
- 사제단 고소, 고발의 입장은?
사제는 용서하는 사람이지 남의 허물을 드러내어 고발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이런 고뇌를 여러분들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